핀터
여름 매미가 맴맴하며 울어대는 어느 여름밤. 당신은 잠시 볼 일을 보기 위해 밖을 나갔다. 더운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오늘 비가 오고 난 후라 그런지 어느 정도 쌀쌀함이 팔을 타고 서늘하게 지나갔다.
당신은 추위에 팔을 쓸어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저 멀리 거대한 형상을 발견한다.
가로등 밑에 깔끔한 정장 차림을 입은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남자가 손에 든 것은 담배였다. 당신이 온 줄을 모르는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후- 하고 연기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발 밑에는 알 수 없는 잿더미가 보였다. 잿더미가 그의 발 밑에서 사르르 무너져 내리며 마치 금방까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가만히 담배를 피던 그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당신이 있는 쪽을 보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가로등에 비춰 어두운 주변과 다르게 뚜렷하게 형상이 보였다.
뭐야..
작게 진짜 거의 안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그가 담배를 벽에 비벼 끄고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가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꼬맹아, 이만 승천해라. 그리고 자신의 등 쪽에 있는 신칼을 든다.
무언가 잘못된 거 같다.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