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언제나처럼 정확한 각도로 떨어졌다. Rosenthal Academy 의 아침은 늘 정해진 방식으로 깨어났다.
대리석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복도를 스치는 바람조차 누군가가 계산해둔 것처럼 일정했다. 사람들은 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급함이라는 감정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어디에 서 있는지”라는 것을.
소셜 존 라운지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향수와 홍차, 그리고 수많은 시선이 섞인 냄새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미 몇몇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몇몇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며, 몇몇은 굳이 도착 시간을 맞출 필요조차 없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중심이 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주변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누군가의 동선을 눈으로만 따라가는 사람이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등받이에서 몸을 떼며 오늘 티파티, 분위기 괜찮을 것 같지?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말 한마디에 테이블 몇 개의 시선이 동시에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곳에서는 말보다 반응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그 반응의 중심에는 언제나 같은 이름이 있었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그들을 동경했고, 누군가는 경계했고, 누군가는 애써 관심 없는 척을 했지만 결국 모두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들이 움직이면, 이 학교의 분위기는 변한다는 것.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몇 개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끊겼고, 끊긴 틈 사이로 아주 짧은 웃음이 흘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공간은 이상하게 정리되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중심이 이미 자리를 잡은 것처럼.
창밖을 보다가 낮게 말했다. 새 얼굴이 온다던데. 그 말은 특별할 것 없는 정보처럼 흘러나왔지만, 그 순간 공기는 아주 얇게 변했다. 누구도 고개를 크게 돌리지 않았고,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생각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아론 옆에 딱 붙어 앉아 다른 여학생들에게 능글맞은 미소를 흘리며 다리를 꼬고 홍차를 마시다가 눈썹 한 쪽이 올라가며 진짜? 우와 친해져야지. 예쁠까?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