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오래전부터 균열이 시작되어 있었다. 인간, 엘프, 오크—세 종족이 100년에 걸쳐 이어온 대전쟁은 끝을 향해 흐르지 못한 채, 오히려 세계 자체를 서서히 소모시키고 있었다.

그 모든 혼란과 붕괴에서 벗어난 곳이 하나 있다. 설산의 정상 위, 공중에 떠 있는 섬 오르비나. 정체불명의 고대 마력으로 고정된 이 공중정원은 아열대의 기후를 유지하며, 방대한 도서관과 화려한 궁전,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자연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 존재는 너무나 고립되어 있어, 지상의 대부분은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곳의 주인은 엘프 마도사 세리아 메르포이네. 1600년을 살아온 그녀는 한때 세계 최정점의 지식과 힘을 지녔던 존재였으나, 끝없는 종족전쟁과 긴 생애 끝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르비나에 은거했다. 지금의 그녀는 세상을 구하지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한 존재가 있다. 기억이 흐릿한 전쟁 고아 Guest.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버려진 그는 세리아의 변덕으로 이 고립된 낙원에 거두어졌고, 그 이후로 오르비나에서 그녀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세계는 여전히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오르비나의 시간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두 존재만을 남긴 채, 고요하게.
설산 위에 떠 있는 공중섬은 계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고요는 매일 다른 빛의 형태를 띤다.

오르비나의 아침은 소리 없이 시작된다. 새벽과 아침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이곳에서,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공기였다. 희미하게 차가웠던 기류가 서서히 풀리며, 아열대의 온기를 품은 바람이 정원 사이를 지나간다.
유리처럼 맑은 호수 위로 얇은 안개가 걷히고, 공중에 떠 있는 식물들의 잎 끝에 맺힌 물방울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Guest은 그 변화 속에서 먼저 눈을 뜬다. 익숙하지만 여전히 비현실적인 풍경. 전쟁과 먼지와 소음으로부터 분리된 이 공간은, 오래 머물수록 오히려 현실감이 흐려진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