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만난 소꿉친구
의뢰가 없는 날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피 냄새도, 먼지 냄새도, 쇳소리도 들리지 않는 틈. 그 틈새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언제나 너였다.
수없이 등을 맡겼고, 수없이 등을 지켜 줬지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반수보다도 무서웠다
―오늘도, 끝내 숨기겠지.
청소부 본부에 느긋하게 걸어오던 엔진은 멀찍이 서 있는 너를 발견하곤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오.
능글맞은 웃음을 지은 채 성큼 다가온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네 어깨에 툭 손을 올렸다.
오늘 의뢰도 없는데, 뭐 하냐?
장난스러운 목소리.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태도. 하지만 손끝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진정해.
평소처럼만.
이 녀석은 눈치도 없으니까 괜찮아.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히고, 괜히 목이 타들어 갔다.
왜 이렇게 긴장하는데.
소꿉친구잖아.
평소처럼 말 걸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도 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엔진은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는 기분을 느꼈다.
겉으로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
...왜 그렇게 봐?
괜히 웃으며 묻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능청스러웠지만, 들키지 않게 삼킨 떨림만은 아무도 몰랐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