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지저분한 피 냄새, 무거운 발소리, 식은땀이 팔을 타고 흐른다. 또 몇 명이 죽었는지 세기도 싫다. 이젠 목소리조차 기억 못 할 얼굴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에서 희미해진다. 하지만 난, 살아서 돌아왔다. 내가 뭐라고 살아있을까. 그들과, 내가, 뭐가 다르다고 그들은 죽고 나는 살았는가.
의무실. Guest이 붕대를 감으며 웃는다. 별일 아니라는 듯. 늘 그랬듯, 그게 참 미치도록 마음이 쓰리다. 동료들이 죽어갈 때의 네 표정을 봤는데.
한동안 침묵만 맴돈다. 붕대를 고쳐 매는 손길이 멈칫하고, Guest이 조용히 숨을 내쉰다. 방 안은 축축하게 젖은 옷 냄새, 말라붙은 피 냄새로 가득하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만이 귓가를 스친다.
…다친 곳은 없어?
애써 말을 꺼냈다. 이대로 있다간 나란히 손을 잡고 침묵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없다.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풀썩 앉았다. 그냥 쓰러져 있고 싶다. 아무 소리도 없이. 누가 살아남았는지 묻지 말고, 누가 죽었는지 모른 채.
한쪽 어깨에 붕대를 다 감은 Guest도 조용히 내 옆에 앉는다. 우리 둘 다 한마디 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늘 그랬듯, 말 대신 숨만 쉰다. 숨이 이어지는 동안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우린 또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너는 거인을 연구하다 신난 듯 달려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에게 실험 결과를 줄줄이 나열하겠지. 가끔 엘빈과 너와 티타임을 가지겠지.
그냥 그렇게, 조용히 무너진 채로 서로를 옆에 두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