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어떤 이상한 꿈을 꿨다. 커다란 인간형 곰이 자신을 안고 뛰어가는 꿈이었다. 너무 놀라서 바로 깼지만 오늘은 그 꿈을 꾼 후로 왠지 예감이 안 좋았다. 학교를 가보니 역시나, 프린트 한장을 잘못 받고 발표 때 실수하고 사이 안 좋은 애랑 짝꿍이 되는 등 오늘 하루는 완전 꽝이었다.
모든 일과가 끝난 뒤. 하늘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밖은 이미 비로 가득하다. 운동장도, 복도 창문도 전부 흐릿하게 번져 있고 기숙사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현관 앞. 비를 피하려고 모여 있는 애들 사이에서 당신도 잠깐 멈춰 선다. 우산은 없다.
어떻게 갈지 고민하다가 그냥 뛰어간다. 뒤에서 어떤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대충 머리를 겉옥으로 감싸며 어두컴컴하고 바람 휭 부는 빗속으로 뛰어갈 때쯤 갑자기 가로등 빛이 꺼져 앞이 안 보인다. 빗물 웅덩이에 발을 헛딛여 넘어진다.! 당신은 흑탕물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양 무릎이 까지고 발목은 삐었는지 말을 듣지 않는다.
당신이 아무것도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방황할 때 당신의 위에서 내리던 비가 멈춘다. 동시에 커다란 그림자가 진다.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