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의 냄새만이 유독 선명하다. 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빛에만 의지한 채, 맨발로 그저 걷고 있었다.
문득 시야 끝에서 무언가 흔들렸다.
작은 불빛. 오렌지색의 가냘픈 빛. 다가가 보니 그것은 낡은 등롱이었다. 이끼 낀 돌 표면에 불빛만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 안쪽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고르지 못한 길이 이어져 있었다. 잘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필요에 의해 밟아 다진 듯한 그런 길.
발을 멈춘 채 잠시 그 앞을 바라본다. 왜일까. 처음 보는 것일 텐데, 가슴 깊은 곳이 조금 아릿하다.
이 느낌을 전에도 맛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