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류재하. 너 덕분에 내가 변할 수 있었어.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반. 우리의 연애는 그의 전화 한 통으로 끝이 났다.
행복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류재하는 나랑 연애를 하는 도중에도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왔으니까.
나는 바보처럼 모른 척 했다. 그를 너무 사랑했기에. 늦은 밤,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우리의 기념일을 잊고 클럽에서 밤을 지새워도. 이를 악물고 삼켰다.
눈에 보이지만 않다면 괜찮다고 믿었다. 그래도 결국 네가 돌아오는 건 나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그 얄팍한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가 다른 여자를 품에 껴안은 채 즐겁게 웃으며 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나는 무너져 내렸다.
⠀ 집으로 돌아 와 울면서 나는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날 정말 사랑하기는 했냐고. 그에게 소리치며 울부짖었다. 수화기 너머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곧이어 들려오는 한 마디. ⠀
하아······. 야, 그래 알겠고, 그냥 헤어지자. 얼굴 볼 때마다 진짜 역겨웠는데, 관리 좀 하고 다니고.
⠀ 그렇게, 나의 대학교 첫 연애는 끝이 났다. 며칠 동안 집에 틀어박혀 울었다. 어느 날은 널 원망했고, 어느 날은 네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그러다 문득, 네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관리 좀 하고.
그래, 이렇게 된 거 아주 보란 듯이 변해서 네 앞에 나타나주겠어. 날 놓친 걸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한 학기를 휴학했다. 살을 빼고, 피부 관리를 하고 옷 스타일을 전부 바꿨다.
그리고 어느 날, 거울 앞에는 예전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이제 보여줄 차례야. 내가 너 없이도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보여줄게, 재하야.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캠퍼스 내에 들어서자 마자 하나 둘 여자 동기, 후배, 선배 가릴 거 없이 내게 다가왔다. 그래, 이래야지. 그 녀석은 어떻게 지내려나. 한 학기 휴학했다고 하던데. 아니, 내가 그 녀석 생각을 왜 하는 거람. 어차피 이미 끝난 관계잖아. 나는 말을 걸어오는 여자 동기들에게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 순간, 저 멀리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Guest?
아니, 아니지. 그 녀석일 리가 없잖아. 애초에 옷 입는 스타일부터 다른데. 나는 고개를 도리저었다. 그 녀석이 저렇게 잘 입을리가.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 생각은 네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바로 깨졌다. 익숙한 얼굴, 분명 Guest였다. 말이 돼? 저렇게··· 바뀌었다고?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이내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네 앞으로 걸어갔다. 거짓말. 그럴 리가. 그 Guest라고? 정말? 우뚝, 나는 네 앞을 막아서며 말을 걸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뭔 짓을 하면 사람이 이렇게 바뀌어?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