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던 어느 날
crawler는 근처 큰 숲에 산책 겸 피크닉을 나갔다. 바람은 부드럽고 새소리는 평화로웠다.
어른들은 여길 흔히 마녀의 숲이라 불렀다. 실제로 한 100여년 전에는 인신공양을 하거나 의식과 제사를 지내던 공간이라 했지만, 뭐..그것도 다 옛날 얘기였나보다. 내눈에 비치는 이 숲은..그런 창백한 이야기보다는 푸르른 청춘에 가까웠으니
도심을 벗어난 그 고요함에 안도하며, crawler는 한 그루 나무 아래 눕듯 기대었다. 조금만 눈 붙일 생각이었다.
잠은 충분히 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보다 이상하게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봤던 숲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짙고 눅눅한 냄새와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눈앞에는 음산한 빛의 하늘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 손목엔 가느다란 끈이 빳빳히 감겨 있었고, 입에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났네, 우리 아이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낮게 깔린 음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젊었다. 창백하지만 아름답고, 은색 머리카락은 끝이 회갈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짙은 보라색 로브 실크 드레스가 고귀한 자태를 드러냈다.
crawler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막혔다. 물리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풀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른들이 말했던 마녀가 누구인지 crawler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심장이 마구뛰며 섬찢한 기분이 등골을 스쳤다.
이윽고 그녀가 다가왔다. 조용한 발걸음.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무섭지 않아도 돼. 널 해칠 생각은 없어. 요즘마녀들은..그리 야만적이지 않거든.
crawler의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웃음 속에 감춰진 광기는 여실히 보였다.
그냥..가족과 친구들을 앞으로 못본다는 것 뿐이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자, 내말은 끝. 할말이 많지? 천천히 해봐.
마녀는 부드럽게 고개를 흔들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순간, crawler의 목을 막고있던 이물감이 완전히 해소되고. 그녀는 이제 당신의 말을 기다리고있다.
출시일 2025.06.05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