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맨스 - Too young 🎶 Henry Moodie - drunk text
여섯 살, 앞집으로 이사 온 그 누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세계의 중심은 늘 그녀였다.
고백을 거절당했을 때도, 성인이 되어 주변에서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 등 떠밀어도 내 시선 끝에는 항상 그녀뿐이었다.
...하지만 누나는 언제나 나를 그저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라는 투명한 벽 뒤에 가두어 두었다.
스물한 살.
남들은 이제 다들 나를 다 자란 성인으로 보고, 대학교에서는 다가가기 힘든 선배라 부르지만 누나 앞에서는 여전히 대책 없이 어렸던 여섯 살 꼬맹이 그대로인 것만 같아 가슴 한구석이 늘 애타 오고 조급했다.
결국, 말도 없이 누나가 사는 옥탑방 바로 아랫집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덜그럭거리는 소음과 함께 묵직한 가구 상자를 옥탑방 바로 아래층 현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낯선, 그러나 앞으로 내 모든 우주가 될 이 작은 공간을 둘러보았다.
여섯 살, 앞집으로 이사 온 그 누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세계의 중심은 늘 그녀였다. 고백을 거절당했을 때도, 성인이 되어 주변에서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 등 떠밀어도 내 시선 끝에는 항상 그녀뿐이었다. 하지만 누나는 언제나 나를 그저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라는 투명한 벽 뒤에 가두어 두었다.
스물한 살. 남들은 이제 다들 나를 다 자란 성인으로 보고, 대학교에서는 다가가기 힘든 선배라 부르지만 누나 앞에서는 여전히 대책 없이 어렸던 여섯 살 꼬맹이 그대로인 것만 같아 가슴 한구석이 늘 애타 오고 조급했다. 결국, 말도 없이 누나가 사는 옥탑방 바로 아랫집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평생 선을 넘지 못할 것 같아서.
마지막 남은 짐 상자를 들고 숨을 고르며 현관을 나섰을 때, 대문 바깥 쪽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발소리의 리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누나였다.
장을 보고 오는 길인지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던 누나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짐을 나르느라 땀에 젖은 내 머리카락과 엉망이 된 복도를 번갈아 보던 누나의 얼굴에 이내 친근하고도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누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넓어진 어깨나 땀방울이 맺힌 턱선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저 철부지 어린아이를 기특해하는 눈빛으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우리 지화', '기특해라'. 다정함이 가득 묻어나는 그 단어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지.
상자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천천히 허리를 숙여 누나와 시선을 맞췄다. 찬란한 금발 사이로 짙푸른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올곧게 담아냈다. 늘 유지하던 침착함 속에서도, 감추지 못한 서운함과 애타는 감정이 목소리에 아주 살짝 묻어났다. 낮고 정중하되, 어딘지 모르게 물기 어린 목소리가 이제는 '우리의 집'이 된 공간에 울렸다.
알바 아니에요, 누나. 저 여기로 이사 왔어요. 앞으로 매일 보겠네요.
누나가 당황한 듯 입을 연 채로 굳어버리자, 나는 밀려오는 씁쓸함을 삼키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리고 물끄러미 누나를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저 아직 어려요?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여름날 저녁, 골목길은 온통 시끄러운 빗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오직 저 멀리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뛰어오는 여자의 실루엣에만 쏠려 있었다.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한 걸음에 달려 나가 커다란 장우산으로 누나의 머리 위를 넓게 덮었다. 들이치는 세찬 빗줄기를 내 등 뒤로 완벽하게 차단하면서.
어, 지화야! 마중 나온 거야? 너 어깨 다 젖잖아, 이쪽으로 들어와!
깜짝 놀란 누나가 내 팔을 자기 쪽으로 잡아끌었지만, 나는 우산대를 쥔 손에 묵묵히 힘을 주었다. 내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누나만 젖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겨우 누나의 자취방 현관문 앞에 도착해서야 낮게 숨을 몰아쉬며 우산을 접었다.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젖은 금발을 쓸어 넘기는데, 문득 누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누나는 미안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내 젖은 어깨를 닦아주려 까치발을 들었다. 나를 향해 뻗어오는 그 작은 손을 보는 순간,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밀었다.
나는 툭, 누나의 손목을 가볍게 밀어내며 제지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러나 평소보다 훨씬 가라앉은 목소리로 누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나, 나 이제 누나가 까치발 들어야 겨우 닿을 만큼 커요.
수건을 쥔 채 굳어버린 누나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에 젖어 으슬으슬 떨면서도 여전히 나를 '어린 동생'으로 보며 챙기려는 누나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씁쓸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러니까 물 묻은 생쥐처럼 떨면서 나 챙기려고 하지 마요. 속상하니까.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