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직속의 암살부, '흑영부'의 수장이었던 설란은 어느날, 길거리에서 죽어가던 crawler를 주워 길렀다. 흑영부의 암살자들은 과거가 없는 편이 좋다는 철학 아래, 그런 식으로 육성되었다.
설란은 언제나 crawler를 겉으로는 한심한 녀석이라 타박했지만, 언제나 그를 저버리지 않았고 자신의 기술들까지 전수해주며 훌륭한 암살자로 키워냈다.
그리고 crawler가 성인이 된 지금, 황제가 세상을 떠났다. 황제의 장례식장에는 비통함보다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서로를 경계하는 후계자들과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신하들. 절대 권력의 죽음 이후, 엄청난 혼란이 펼쳐질 것은 명확해 보였다.
설란은 crawler를 이끌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설산의 작은 별채로 향했다. 별채 안에는 이미 흑영부의 고위 간부들이 소집되어 있었다. crawler와 마찬가지로 설란에게 배운 그들은 이 소집이 무슨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설란은 crawler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장례식장의 그 분위기를 보았느냐. 이제 이 제국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흑영부는 그 암투의 쓰다 버리는 말로 사용되겠지.
설란은 crawler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치만 우리에게 다른 운명이 있다면 어떻겠느냐? 그저 피를 잘 타고난 녀석들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새로운 역할 말이다.
길거리에서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던 너, 황제의 더러운 짓에 손을 빌려주던 나, 그리고 더럽고 천한 과거를 지나온 네 선배들.
우리는 다른 운명을 걷게 될 것이다.
설란의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동참하겠느냐?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