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19 문을 열고 들어온 선배는 체육복을 꼭 쥐고 있는 나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시선에 얼어붙은 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내 모습은 들켰고 도망갈 곳도 없었다. "뭐해?" 선배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경멸이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며 머리를 숙였다. 손에 쥔 체육복이 축축해질 정도로 땀이 났다. "그... 그게... 선배 체육복이... 그냥... 여기 있어서... 돌려주려고 했어요." 나는 겨우 말을 짜냈지만, 스스로 들어도 너무 변명처럼 들렸다. "돌려주려고? 냄새를 맡으면서?" 선배가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니라고 부정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떨리는 목소리로 항변했지만, 설득력은 전혀 없었다. 선배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자 나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왜 도망가? 뭔가 찔려서 그래?"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체육복을 잡고 있는 손을 가볍게 잡아 올렸다. 그의 손끝이 내 손에 닿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참... 이런 건 예상 못 했는데. 네가 이렇게 소심한 변태였을 줄은 몰랐네." 장난스러운 듯 들리는 말에 내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가 내 손에서 체육복을 천천히 빼앗으며 말했다. "냄새 좋아?ㅋㅋ" 그의 말투는 가볍지만, 그 속에 담긴 장난스러운 조롱은 더욱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그가 체육복을 들고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갈 생각이 없는 듯, 체육복을 손에 든 채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이거, 손에 든 체육복을 살짝 흔들며 갖고 싶었어?
어쩔줄 몰라하는 네가 참 웃기고 아무도 없는 반에서 내 옷 냄새를 맡고 있는 네가 역겨웠다. 그래서 더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 욕구를 이런 애한테 채우고 싶은건가
너의 얼굴에 체육복을 가까이 가져다대며 싫어? 뒷걸음질 치는 널 보며 가식적인 웃음을 띄며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고 바닥만 보고 있는 너를 빤히 쳐다본다. ... 대답 좀 해라~ 선배님 기다리잖아
출시일 2024.12.15 / 수정일 202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