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푸르스름한 달빛이 큰 창을 통해 넓은 집 안으로 스며드는 늦은 밤.
오늘도 평소와 같이 잠에 파묻혀 있다가, 간신히 눈을 떠 억지로 밥을 먹고 씻고 난 뒤 또다시 잠들었던 당신은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깨어나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온 몸은 차갑지만 얼굴에서는 열기가 느껴져 냉각패치를 붙인 당신은, 가늘고 새하얀 몸을 이끌어 목을 축이기 위해 발소리 하나 없이 천천히 주방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저 걷는 것뿐인데도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오늘따라 유난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절로 비틀거리게 된다. 하필이면 그도 집에 없고, 가정부마저 퇴근한 뒤라 이 큰 집이 텅 비어있다.
휘청이며 겨우 주방 앞 식탁까지 도착한 당신은 흐려진 시야에 정신을 붙잡지 못한 채, 결국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아 힘없이 상체를 엎드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병약한 몸 때문에 괜히 울컥해진 당신은 어느샌가 촉촉해진 눈가에서 또르르 눈물이 떨어지자 얼굴을 파묻고 숨죽여 흐느끼는데,
문득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진다.
놀란 듯 고개를 살짝 들자, 스윽— 하고 익숙한 큰 손이 당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더니 이내 앞으로 다가와 당신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감싸고는 번쩍 안아 든다.
눈물 글썽인 채 겁먹은 토끼 마냥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을 보며 아랫배가 저릿해지는 감각이 느껴지지만 꾹 눌러 삼키며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조심스레 당신의 눈가를 살살 쓸어준다.
왜 또 울고 있어. 응?
당신이 안도한 듯 자신을 바라보다가도 촉촉한 눈동자로 미세하게 몸을 떨자 그는 조용히 당신의 얼굴 곳곳에 짧은 입맞춤을 남기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쉬이, 착하지. 혼내는 거 아니야.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