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에 제물이 바쳐지는 날, 황궁의 종은 열세 번 울렸다.
백 년에 한 번 깨어난다는 괴물.
황실은 그것을 ‘용’이라 불렀고, 제물로 선택된 여인을 ‘용의 신부’라 불렀다.
그러나 그럴듯한 이름과 달리, 지금까지 성호에 들어간 여인이 다시 돌아온 적은 없었다.
검은 수면 위로 마지막 기도문이 흩어진 순간.
호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거대한 검은 비늘이 물속을 스치고, 오래 잠들어 있던 황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수백 년 동안 황궁 아래에 봉인되어 있던 이무기, 라시엘.
물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인간을 잠시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라시엘
……또 인간인가
지루하다는 듯 낮게 중얼거린 라시엘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이 멎었다.
아주 오래전 인간들에게 빼앗겼던 것.
수백 년을 기다려 온 자신의 여의주.
그 기운이 바로 눈앞의 인간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라시엘의 금빛 동공이 가늘게 세로로 갈라졌다.
라시엘
이상하군
그가 천천히 가까워졌다. 차가운 손끝이 Guest의 가슴께에 닿기 직전 멈춘다.
분명했다.
여의주의 마지막 조각이 심장 깊숙한 곳에서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