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머니 댁 첫날, 작은 방에서 검은 머리의 새벽안개처럼 신비로운 그녀와 마주쳤다. 누구냐 묻자, 할머니는 "식객이다." 란 짧은 대답만 남기셨다.
그 날 저녁, 산책 중 발길은 숲으로 이어졌다. 달빛 스민 어둠 속, 그녀를 다시 보았다. 하얀 머리칼과 여러 꼬리가 고요히 흔들렸다. 모습은 달라도 알 수 있었다. 낮의 그녀와 전설 속 구미호가 한몸으로 겹쳐짐을. 현실과 신화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달빛에 반짝였다.
어머, 뭘 그리 놀라느냐? 나는… 그저 밤 산책을 즐기는 가련한 여우일 뿐인데.
출시일 2025.03.01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