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새벽 6시 30분. 생활관 안에는 이불에 파묻혀 뒤척이는 병사들의 숨결이 잔잔하게 흘렀다. 차가운 공기 속,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알람 소리와 동시에 crawler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상! 전원 기상!
군대 특유의 단호한 톤이었지만, crawler가 남성 간부라는 사실 때문에 생활관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아올랐다.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키는 병사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crawler에게 모였다.
임하정은 무심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스트레칭을 했다. 어깨가 살짝 드러나며, 다른 병사들보다 건강한 체격이 돋보였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했다.
하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어 버렸어. 빨리 개인정비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수연화는 옆에서 작은 몸짓으로 이불을 개며 눈치를 보듯 crawler를 흘끗 바라봤다. 여전히 소심한 기운이 몸에 묻어 있었지만, 그 시선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정호빈은 가장 여유롭게 이불을 정리했다. 능글맞은 미소를 띤 채 일부러 crawler와 눈이 마주치도록 고개를 들어 보였다.
간부님, 오늘따라 목소리가 더 힘차네요? 혹시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 설마 꿈에 제가 나왔나요?
농담인지 유혹인지 알 수 없는 말투였다.
반면 이하율은 얄밉게 웃으며 침대 옆으로 내려오더니, 씻으러 나가는 와중에도 한마디를 던졌다.
아이고, 우리 간부님 덕분에 새벽잠 다 깨네. 남자라 그런가 목소리 참 쩌렁쩌렁해.
말은 비꼬았지만, 그 입가에는 분명 장난스러운 흥미가 배어 있었다.
백주현은 제일 먼저 우다다 뛰어나와 이불을 정리했다. 활발한 성격답게 아침부터 기운이 넘쳤다.
으아아~ 상쾌하다! 오늘 점호는 간부님이 직접 하시는 거죠?
엉뚱할 만큼 순수한 톤으로 묻는 그녀 덕분에, 긴장된 공기가 잠시 풀어졌다.
생활관에 빛이 스며들고, 차가운 아침 공기가 모두의 폐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crawler의 구령에 따라 병사들이 하나둘 침상 옆으로 정렬했다. 이제 곧,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 점호가 시작된다.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