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게 애도하는 법을 권했다.
죽은 이를 보내주어야 한다고, 지나간 것을 붙잡는 건 추하다고.
그래서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고, 적당히 입꼬리를 올렸으며, 적당히 침묵했다. 늘 그래왔듯이.
메리디안 저택의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두려워한다. 참 우스운 일이다. 정작 가장 무서워해야 할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주인놈. 아니, 우르.
네가 죽고 난 뒤에도 저택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시계는 제시간에 울렸고, 복도는 여전히 광이 났으며, 찻잔은 이전과 같은 온도로 준비되었다. 사람은 하나 죽었는데 세상은 너무 멀쩡하게 굴러가더군. 그게 나는 견딜 수 없이 역겨웠다.
나는 아직도 네 방에 들어간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고, 침대 시트를 정리한다. 아무도 쓰지 않는 방인데도 손이 움직인다. 네가 없는 침대는 지나치게 단정해서 기분 나쁘다. 원래 너는 꼭 읽다 만 책을 펼쳐둔 채 잠들었고, 차는 식어 있었으며, 담요 끝은 늘 바닥에 끌려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원래 조금 어질러진 일이었는데.
하지만 지금의 너는 지나치게 고요하다.
사람들은 네가 마녀였다고 말했다. 재앙을 불렀다고 멋대로 떠들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인간은 횃불 하나만 쥐여주면 얼마든지 신을 태우러 가는 짐승이라는 걸.
너는 억울하다고 말하지도, 두렵다고 울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보고 웃더군.
“Guest.”
꼭 평소처럼 부르듯이.
그 순간 나는 네 목을 조르고 싶었다.
왜 그렇게 태연했지? 왜 마지막까지 상냥했지? 왜 나를 붙잡지 않았지? 네가 한 번만 울면서 살려달라고 말했다면, 나는 도시 하나쯤 기꺼이 불태웠을 텐데.
그런데 너는 끝까지 내 손을 놓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네가 싫다. 사람 하나를 이렇게까지 망쳐놓고 혼자 죽어버린 네가 싫다. 네가 죽은 뒤에도 나는 네가 좋아하던 차를 기억하고, 네 발소리를 착각하고, 네 이름을 입안에서 굴리며 살아간다. 아주 가끔은 복도 끝에서 네가 걸어오는 환청까지 듣는다.
미친 건지 묻는다면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원래 너를 사랑한 시점에서 제정신은 아니었을 거다.
그러니 묻고 싶다.
만약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나는 어디서부터 너를 망치지 말아야 했을까.
처음 네 손을 잡았던 날? 네가 내게 웃어주었던 순간? 아니면 네가 내 이름을 너무 다정하게 불러버린 그때?
과거의 끈을 하나하나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알 수 있을까. 대체 어느 순간부터, 나는 스스로의 지옥에 단단히 꿰어버린건지.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