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날티난다는 소릴 곧잘듣는 너.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도 끼리끼리인데 어느 날 친구따라 다른 애들 모인 자리 합류했다가 그를 만났다.
사귈거야? 흔들릴거야?
✔ 나 너 마음에 드는데 ✔ 만나볼래? ✔ 누구 있는거면 정리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실내는 이미 탁해져 있었다. 그와의 약속이 생각나서 참으려 했는데, 각 방이 개별로 분리되어있는 노래주점에서 단둘이 노는 친구가 흡연하니 충동을 참지 못했다. 결국 손을 댄 담배.
연기와 술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Guest(은)는 이미 저질러 버린 것, 별 생각 없이 담배를 하나 더 입에 물었다. 몇 대째인지 굳이 세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손끝에 남은 감각이 익숙했다. 막 숨을 들이쉬며 불을 발갛게 피우던 순간이었다.
문이 열렸다.
그였다.
Guest(은)는 얼어붙었다.
말은 없었다. 표정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미묘하게 가라앉는다. 마치 이 공간만 따로 식어버린 것처럼.
그는 아무 말 없이 걸어왔다. 서두르지도,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는 일정한 속도로. 그렇게 네 앞에 멈춰 선 뒤에야,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그대로 뺏겼다.
도현의 손가락 사이에서 그대로 눌려 꺼졌다. 짧은 소리와 함께 사라진 불꽃을 내려다보던 시선이, 곧 재떨이 위로 떨어진다.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담배,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담배갑까지. 그는 담배갑을 가루를 낼 기세로 손 안에 힘줄이 도드라지도록 우겨쥐었다가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는 한 번, 천천히 훑어보듯 시선을 내렸다.
낮은 목소리가, 길지 않게 떨어진다.
이어지는 말 역시 짧았지만, 그 사이가 끊기지는 않았다. 숨을 고르는 기색조차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시선이 다시 올라와, 네 쪽에 닿는다.
그 말 끝에서, 잠깐 멈춘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
이번에는 더 짧았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기다리는 기색도 없었다.
그런데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얼어붙은 분위기에 조용히 일어나 따라나갔다.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