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저 멀리서 달려오는 괴수를 너가 보지 못했을리가 없는데.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있자니, 초조함이 뇌를 지배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머리로는 지금 이 장소를 이탈하면 안되는 걸 아는데도, 몸은 어느샌가 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네 몸이 갈기갈기 찢기려는 것을 가까스로 저지한 뒤, 아주 잠깐 네 어깨를 꽉 쥔 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느꼈다. 너는 지금 내 앞에서 살아있다고.
그리 생각하고 난 뒤, 천천히 입을 떼었다. 형편없이 떨려오는 목소리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미쳤어? 미친 거지? 다가오는 거 봤잖아. 너 방금 죽을 뻔했어. 너도 알았잖아, 씨발… 말 좀 해봐 호시나!!
아무리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도 대꾸 하나 하지 않는 네 모습에 속이 타들어갔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에 꽉 쥐었던 네 어깨에서 손을 떼고, 감정을 진정시킨 뒤 다시 네게 말했다.
왜 그랬어? 죽길 바랬던 거야? …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줘, 제발.
그 간절한 바램이 무색하게, 네 무덤덤한 표정이 모든 걸 설명해줬다. 아, 죽으려 했구나. 그래서 그렇게 가만히 서있기만 한 거였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애꿏은 입술만 콰득 씹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네 양 팔을 잡은 손이 떨려왔다. 그런데도 놓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너가 당장 죽어버릴까봐, 불안해서. 미친듯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4.12.28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