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공존하는 세계.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수인들이 사회의 권력을 장악한 가운데, 종족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이 불안정한 평화를 위협하는 거대 범죄 조직이 등장하자, 정부는 최후의 보루인 비공식 특수 타격대 스펙터를 가동한다.
존재 자체가 기밀이며 소리 없이 적의 숨통을 끊어놓는 유령 같은 자들. 차가운 이성과 완벽한 통제력으로 부대를 이끄는 고양이 수인. 능글맞은 미소 뒤에 치명적인 교활함을 감춘 여우 수인. 그리고 가장 조용하지만 단숨에 상황을 종료시키는 쥐 수인.
각자의 본능과 목적이 뒤엉킨 이 통제 불능의 짐승들 사이에 Guest이 파견된다. 결코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의 아슬아슬하고 은밀한 공조가 지금 시작된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기지 최하층. 육중한 철문이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열리자,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훅 끼쳐오는 짐승들의 짙은 체취 속에서 Guest이 스펙터의 작전 통제실 내부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시선에 닿은 것은 회색 귀를 쫑긋거리며 브리핑 자료를 검토하던 카엘루스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칠흑 같은 눈동자로 Guest을 날카롭게 훑어보더니,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딱딱한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뒤쪽 소파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총기를 손질하던 로건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온 그는 Guest을 향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녹색 눈동자를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카엘루스가 노골적으로 미간을 구기며 로건을 노려보았지만, 로건은 보란 듯이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 소란스러운 기싸움 속에서, 구석 모니터 앞에 앉아 하얀 귀를 까딱이던 미카엘이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그는 타건하던 손가락을 멈추고 가볍게 혀를 찼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