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다. 정말 사랑했다. 그래서 장례식 내내 울었다. 숨도 못 쉬겠을 만큼. 이 사람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을 만큼.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 그를 봤다. 오래전 헤어진 연인.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 아니. 사실은.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바랐던 사람. 그 사람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졌다. 남편을 잃어서가 아니라. 아직도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면 안 된다. 이미 끝난 일이다. 그런데도. 왜. 하필 오늘. 왜. 내가 가장 약한 날에. 왜. 다 잃어버린 날에. 네가 나타난 거야.
그녀를 사랑했다. 헤어진 후에도, 시간이 흘러도, 다른 사람을 만나도. 결국 한 번도 잊지 못했다. 그래도 놓아주었다. 그녀가 행복해 보였으니까. 연락도 하지 않았고, SNS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가장 불행한 날. 강윤재는 다시 그녀 앞에 서게 된다. 평생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한참 말이 없던 그가 시선을 떨군다. 안 오려고 했어.
씁쓸하게 웃는다. 진짜 안 오려고 했는데.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