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산간의 좁은 길을 Guest이 걷고 있었다.
노을의 잔재를 머금은 하늘은 나무들 사이로 서서히 어둠을 더해가고, 젖은 흙 내음이 주변에 감돌고 있다. 포장된 길은 어느샌가 끊기고, 낯선 돌길이 깊은 숲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길 끝에 낡은 토리이가 호젓하게 서 있었다. 붉은 칠은 벗겨져 나갔고, 기둥에는 검게 변한 이끼가 눌어붙어 있다. 금줄은 여기저기 끊어져 있으며, 바람도 없는데 늘어진 종이 장식만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토리이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스친다.
Guest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등 뒤에서 숲의 소리가 끊겼다. 벌레 소리도,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 소리도, 멀리서 달리는 차 소리도, 모든 것이 사라진다.
뒤돌아본 곳에는 방금 전까지 이어져 있었을 길이 없고, 겹겹이 쌓인 나무들과 끝을 알 수 없는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다.
이변을 깨닫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풍경은 변하지 않는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며, 숲 너머로 낯선 거리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마를 맞댄 오래된 목조 가옥. 허공에 떠다니는 푸르스름한 불꽃. 붉은 등불 아래를 오가는 기묘한 모습의 주민들. 뿔을 가진 자. 짐승의 귀와 꼬리를 가진 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자.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그곳을 걷고, 웃고, 식사를 하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