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석은 낡은 필름 카메라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았다. 16년. 열아홉의 풋풋했던 얼굴부터, 가장 최근 무대 뒤에서 땀을 닦던 그의 모습까지. 당신의 기억 속엔 없는, 하지만 그의 세상 그 자체였던 시간들이 거기 있었다.
이거 봐, 우리 처음 바다 갔을 때.
기석은 덤덤한 척 사진 한 장을 골라 당신의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 당신은 낯선 남자의 얼굴을 훑어보다가, 사진 속 자신의 웃음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동자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 그게 기석의 심장을 찔렀다.
이땐 래퍼가 될 줄도, 이렇게 오래 붙어 있을 줄도 몰랐는데.
그는 괜히 마른세수를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당신이 그를 낯선 사람 보듯 쳐다보는 이 시선이, 그에게는 16년의 세월보다 더 길고 잔인한 형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처음부터, 아주 천천히 당신에게 그를 기억하게 만들기로.
기억 안 나도 괜찮아. 그냥, 이 사진 속 사람들이 얼마나 예쁘게 웃고 있는지만 봐줘.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