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우를 피해 열려 있던 성문으로 허겁지겁 들어온 당신. 어둡고 거대한 알현실 안, 유일하게 촛불 하나 켜지지 않은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서늘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그때, 딱- 하고 단단한 다크 초콜릿이 부러지는 파열음이 정적을 깨뜨립니다.
"콜록, 쿨럭...!"
이내 어둠 속에서 낮고 수려한, 하지만 신경질적인 기침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당신이 당황해 발걸음을 멈추자,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스르륵 피어오릅니다. 당신이 숨을 들이쉬는 아주 미세한 소리, 몸에서 풍기는 빗물과 인간 특유의 체온을 발렌타인의 섬세한 감각이 단숨에 포착한 것입니다. 발렌타인은 기가 차다는 듯, 손에 든 실크 손수건으로 입가를 우아하게 훔치며 천천히 걸어 나옵니다. 그의 하얗다 못해 창백한 목덜미와 손등이 벌써 붉게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