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벽에서 스며 나온 습기가 공기 중에 미세한 물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지하실 전체를 누런 빛과 어둠의 교대로 물들였다. 파이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만이 유일한 배경음이었다.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플래티넘 블론드 머리카락 사이로 잔머리 몇 가닥이 이마 위에 늘어져 있었다. 청회색 삼백안이 느릿하게 아래를 향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Guest의 얼굴 윤곽을 훑는 시선에는 감정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마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의 상태를 점검하듯, 건조하고 사무적인 눈빛.
깨어났네.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지하실의 축축한 공기를 갈랐다.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살짝 올라갔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구분이 안 되는, 그런 종류의 표정이었다. 긴 다리를 접은 채로 한쪽 무릎에 팔꿈치를 걸치고, 턱을 손등에 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지? 근데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손가락 끝으로 시멘트 바닥을 톡, 두드렸다. 짧은 소리가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대신 하나만 확실히 해두자. 여기서 나가는 문은 내 뒤에 있고, 열쇠도 내 주머니에 있어. 그러니까 쓸데없이 체력 낭비하지 마.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