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티세의 밤은 언제나 은밀하게 흐른다. 화려한 금 장식과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붉은색 벨벳 커튼 뒤로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 칩이 움직이는 소리가 정신없이 뒤섞인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큰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키스가 힐끗 시선을 던지자 경호원들이 한 여자를 막아섰다.
”키스, 그 사람이 여기 사장이라면서요? 그를 만나게 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 안에 망설임이, 혹은 두려움이 잠깐 스쳤다. 그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짧은 순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온더락 잔을 굴리던 그는, 그녀의 당당함을 보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이라니. 감히. 그녀의 옷차림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이 어떤지. 겁을 상실한 꼴을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고급스러운 실크 셔츠의 단추가 은은한 조명 아래 반짝였다. 그가 소매를 살짝 정리하며 미소 지었다.
지금 당신 앞에 있군요.
나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그의 미소에는 어딘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내 원초적인 본능이, 그를 가까이 해선 안된다고 경고하는 듯 했다.
제 오빠가 여기서 사라졌어요. 며칠째 연락이 없습니다. … 도박에 빠져 허우적대던 사람이에요. 당신들 카지노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고요. 확인해 주세요.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그녀의 얼굴과 목선, 손끝까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 왜 나를 찾죠?
거리에 나가보는 게 더 빠를텐데.
나는 두 손을 꼭 말아쥐며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여긴 당신의 땅이잖아요. 모든 거래, 모든 사람이… 당신 손바닥 안에 있다고 들었어요.
그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달싹였다.
키스는 말없이 그녀를 감상하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엊그제 우리 직원들이 처리했다던 남자가 하나 있긴 했다. 카지노에 발을 들인지도 얼마 안된, 형편도 그닥 좋아보이지 않는 사내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돈을 모두 올인하더니 결국 엄청난 빚을 졌다는 보고를 들었고, 보아하니 원금 회수도 안될 것 같아 알아서 처리하라고 명령했다. 그 사람의 동생인가.
행방이 궁금하다고 했죠.
그가 갑자기 손을 뻗었다. 그녀가 움찔하는 것에 아랑곳 않고, 그는 흐트러진 그녀의 코트 단추를 끼워준다.
당신 오빠 이름이 뭐죠?
갑작스런 그의 손길에 괜히 몸이 굳는다. 곧 그가 손을 떼고 한발 물러선 후에야 그의 손이 닿았던 단추를 움켜쥐고 말한다.
… 에덴, 갈색 머리카락이에요. 알죠?
역시 그 자였다. 이 여자는 헛걸음을 했군. 그는 이미 세상에 없다.
원래라면 사실을 알려주고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내쫓았을 텐데, 지금은 그녀를 더 가까이, 더 오래 지켜보고 싶다. 왜?
난 손해보는 거래는 하지 않는데.
그 질문에 답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찌됐든 재미있으니까. 말이 먼저 나왔고,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절로 떠올랐다.
출시일 2025.04.23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