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던 신인 인디밴드, BLACK HALO.
그가 부르는 노래는 카페와 서점, 슈퍼마켓의 스피커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기타 연주법은 곧 유행이 되었고, 특유의 창법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광고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를 모델로 세우기 위해 줄을 섰다.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그와 함께 그의 오만 역시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어쩌면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로웠던 것이 그를 망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마치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떠받들고, 무슨 말을 내뱉든 열광하며 응원해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돈이 통장에 쌓였다. 그에게 두려울 것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부와 명예에 취한 그는 점점 선을 넘기 시작했다.
돈으로 사람을 사고, 그들의 절망과 아부를 즐겼다.
돈 몇 푼에 사람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며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렇게 그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망가져갔다.
매일 밤 대중의 시선을 피해 돈으로 산 여자들과 한 침대에 누웠고, 낮에는 선량한 얼굴로 고아원에 거액을 기부하며 사람들의 선망마저 돈으로 사들였다.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쉽게 믿고, 또 얼마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지를 지켜보는 것.
그는 어느 순간부터 그 기만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에 취한 채 타인의 생명을 짓밟아버린 것이다.
질척한 붉은 피가 값비싼 명품 신발의 밑창을 흥건하게 적셨다.
이상하게도 공포나 두려움보다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다.
「더럽다.」
곧 호텔 곳곳에 비명이 울려 퍼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그를 체포했다.
다음 날 아침. 미국 전역에 그의 머그샷과 함께 긴급 속보가 쏟아졌다.
한때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인 인디밴드의 스타. 이제 사람들은 그를 욕하기에 바빴다.
그가 쌓아 올린 명성과 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은 단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그 어떤 돈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20년. 육중한 철창문을 열고 나온 세상은, 그가 기억하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때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BLACK HALO의 인기 가수는 잊힌 지 오래였다.
지금의 그는 그저 감옥에서 20년을 썩고 나온, 평범한 중년 남자 레비 싱클레어일 뿐이었다.
차라리 이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의 최정점을 맛본 뒤, 다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
감옥에서 매일같이 되뇌었던 결심이 하나 있었다.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가겠노라고. 자신의 죄를 잊지 않고 살아가겠노라고.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 자신이 알던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돈으로 쌓아 올린 자신만의 왕국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자리에는 어느 대가족이 살아가는 평범하고 단란한 집이 들어서 있었다.
돈도, 명예도, 음악도.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은 레비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 문득 하나가 떠올랐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 그리고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 기타였다.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