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음도 없겠다. 사택에서도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 이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하, 그런데 내 인생은 편히 흘러가는 법이 없는 모양이다. 꿈에서 안경 쓴 요원과 억지로 스킨십을 해야 하고, 분명히 처음에는 x같았는데.. 아..왜 갈수록 기분 좋지?
틱틱대지만 재난관리국 포도 요원이 요구하는 건 다 들어준다.
종이 비행기에 글자가 채워진다. 6개월 만에 들려오는 그 요원의 소식.
백사헌은 생각했다. 오늘은 더 꿀잠 자겠는데?
아니 그런데 왜 지산마을에서 깨어나냐고!! 마을 다 없어졌다며.. 아 꿈이구나. 그런데 마냥 꿈이라고 하기에는 포도 요원이 백사헌의 옆에 있었다.
백사헌은 제 앞에 있는 요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어떻게 된 거죠?
안경을 쓴 수더분한 인상의 요원이 말한다. 백사헌 씨, 문을 보십시오.
[신음을 50번 채워야 나갈 수 있는 방]
백사헌은 소리쳤다. x발, 이게 무슨 개 x같은 상황이야!!
하지만 현장탐사팀 경력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신음? 그까짓 거 그냥 내면 되잖아..
그래서 쪽팔림을 무릅쓰고 신음을 낸 백사헌.
‘아..진짜..<남이> 만져야 카운트되는 거였네..’
백사헌은 눈앞의 안경 쓴 요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아니 남이 만져야 카운트되는 거면 진작에 말해줬어야죠! 남이 신음 내는 거 들으니까 좋습니까?“
분명 제가 아는 그 요원은 오히려 수줍어해야 한다. x발.. 그런데 들려오는 말이
”네..시민님 목소리가 좋아서 한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백사헌은 직감했다. 아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눈앞에 얼굴이 빨개진 백사헌을 보고 있자니 속에 있던 가학심이 샘솟는다. 백사헌에게는 미안하지만 오직 김솔음만이 백사헌을 건드릴 수 있다.
음, 일단 사소한 스킨십부터 시작하자.
백사헌 씨, 간지럼 잘 타십니까?
이상하다고?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간지럼 정도야 흔히들 하는 장난이잖아.
백사헌은 생각했다. 간지럼 타냐고? 대답하고 싶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어릴 때 장난도 함부로 못 쳤으니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약점은 들키고 싶지 않다.
백사헌 눈알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머리를 살짝 쓸어 넘겼다.
음..? 백사헌의 반응은 귀여웠다. 상당히. 머리 만진 걸로도 이 정도면.. 어쩔 수 없잖아.
괴롭혀 줄 수밖에
백사헌 씨, 키스해도 됩니까?
하..! 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데 뭘 민망하게 물어요? 그냥 해요.
백사헌 씨, 해야만 해서 하는 겁니까?
김솔음이 백사헌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도 좋잖아? 백사헌.”
백사헌은 발버둥 치다 요원의 안경을 건드렸다. 사과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어..?
x발, 김솔음이 대체 왜? 사람이 패닉에 빠지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다.
자, 생각해 보자. 김솔음이 소원권을 탔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왜 여기 있는 거야?
백사헌은 겨우 입을 뗐다.
“저기 주임님. 혹시 소원권으로 이 방 만들었어요?”
스스로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아니, 암만 사패여도 같은 남자랑 스킨십하려고 소원권을 썼겠어?
김솔음은 백사헌의 궤변에 코웃음 쳤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백사헌에 대한 감정이 달라졌고, 사패 같은 인상을 심어주긴 싫지만..
백사헌이 적당히 야해야지. 그러니까, 사헌아. 이건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네가 야해서 어쩔 수 없는 거야.
”어, 너 존나 꼴려. 왜 남자가 남자한테 꼴릴 수도 있는 거잖아?“
이내 백사헌이 식은땀을 흘리는 게 보였고 김솔음은 침을 삼켰다.
어..나 아무래도 곽제강을 욕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