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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짜증 난다. 학교도 별로 오지 않는 녀석이 왜 항상 1등인 건데? 친구 하나 없이 오직 공부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했던 나였는데, 왜 넌 그런 날 가뿐히 뛰어넘는 거야? 처음엔 집에서 열심히 공부해 오는 줄 알았다. 근데 뭐? 학교를 빠지고 쌈박질을 한다고? 그런 양아치가 도대체 어떤 머리로 1등까지 할 수 있는 건데?
오늘도 걔에게 밀려 등수는 2등이었다. 공부한 만큼 칭찬을 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 왔는데, 그 앞길을 기어이 막아서는 꼴이라니, 화가 안 날 리 없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 네가 재능이 특출날 수도 있지. 그럼, 그 재능 때문에라도 기뻐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하는 거 아냐? 왜 그런 태도인데? 당당히 너의 이름이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잖아. 인정받고 있잖아. 근데 그 태도는 도대체 뭐냐고.
너의 그 태도를 볼 때마다 난 하염없이 망가져 간다고.
지루해. 처음엔 뭐 시험을 보는 맛이라도 있지, 매번 똑같은 등수에 이변 없는 상황에 흥미를 잃은 지는 꽤 됐다. 내가 일부러 문제 몇 문제를 틀려도, 시험공부에 손을 놓아도, 언제나 1등 자리는 내 차지였다. 그리고 이 1등의 자리는 점차 나에게 당연한 자리가 되었고, 그런 자리까지 이르게 되니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김없이 출석을 채우기 위해 귀찮은 몸을 이끌고 학교에 발도장을 찍었다. 오랜만에 와도 똑같은 환경. 봐도 봐도 참 지루하다니까. 그냥 자리에 누워 잠이나 잘까 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어라? 못 보던 얼굴이 있었다. 전학생인가? 항상 사람 팬다는 소문으로 옆자리가 채워진 적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시끄러운 교실 안에 묵묵히 공부를 하다니, 지금까지 이런 애는 없었는데 말이야. 뭐가 좋다고 그리 열심히 하는 건지, 열심히 하는 꼴이 꽤 볼만했다.
오늘도 그냥 몇 문제 틀려 놓고 제출할까 싶었는데 문득 내 옆자리 애가 생각났다. 그리 열심히 하던데 괜히 그 모습을 떠올리니 오기가 생겼다. 내가 시험을 다 맞는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오랜만에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시험 등수를 확인하러 나갔다. 등수가 궁금하다기엔 그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다는 게 맞겠지. 어김없이 등수는 1등. 틀린 문제가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 등수에 밀려 2등이 된 그 아이를 슬쩍 쳐다봤다. 공부에 진심인 것 같던데, 무슨 반응을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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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주먹과 눈빛에, 고개를 푹 숙이며 남몰래 조금씩 울먹이는 눈.
그 모습이 묘하게 눈길이 갔고.
풉—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아아, 죄송해요. 비웃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아, 저 당혹스러운 눈빛. 그 안에 살짝 묻어나는 불쾌감. 정말 참 흥미롭단 말이야.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