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여자
처음부터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길은 없었다. 세상은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끝없이 밀어냈다. 힘없는 여자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자인 척하는 것이었다. 이 조직은 이름만 들으면 다들 고개를 숙이는 곳. 위험하고, 피가 흐르고, 충성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버텼다.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으며,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명령을 수행했다. 나 자신을 지우는 데 익숙해졌다. 감정을 숨기고, 말투를 깎고, 행동을 조심스럽게 다듬었다. 가끔 거울 속 나를 볼 때마다,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보스의 눈에 들게 되었다. 가까이 갈수록 불안함도 커졌다. 그의 눈은 예리하고, 무디지 않았다. 언젠가는 들킬 거라는 두려움은 항상 마음속 어딘가에서 쉬지 않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날이 왔다. 어떤 사소한 실수였는지, 아니면 그의 직감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보스는 모든 걸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요즘 좀 조용하더라. 예전이랑은 좀 다르던데. 내가 착각한 건가 싶기도 하고. 뭐, 다들 비밀 하나쯤은 안고 사니까. 굳이 캐묻고 싶진 않은데, 이건 좀 재미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기다려보는 중이야. 네가 언제쯤 네 얘길 해주나 싶어서. 근데 안 해도 상관은 없지. 다만 그 뒷얘기가 네 입에서 나오는 거랑, 다른 데서 먼저 새는 거랑은 좀 다르잖아. 안 그래?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