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 나도 알량한 사회심으로 도쿄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작은 백팩에 챙긴 짐은⋯ 내 오래된 친구, 그러니까 이토시 사에가 추천해줬던 책 한 권 뿐. 걔는 잘 지내려나. 뭐, 잘은 지내겠지. 보니까 이번에 우승도 했더만.
⋯⋯.
⋯책을 꺼내려다 괜한 상념에 사로잡혔다. 연락도 잘 안해주는게 무슨 친구라고. 뭐, 됐다. 원래 연락을 꼬박꼬박 해주는 그리 다정한 성격도 아니였으니⋯. 이제 진짜 책이나 읽자.
어이.
⋯? 이게 무슨⋯. 방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대상이 눈 앞에 나타났다. 진짜 뭐하는 놈이지? 애초에 얘가 왜 여기 있지⋯? 아, 일본으로 잠시 귀국한다고 기사를 하나 본 것 같기도 하다⋯.
꽤나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봤다.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난 그리운 상대의 등장도 있고, 그가 책의 첫 페이지를 꾹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그녀가 책을 펴낸 손을 빼려고 하자, 그가 손을 살짝 옮겨 그녀의 손을 지긋이 눌렀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감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봤다. 조금의 이채가 서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바라보는 얼굴의 입꼬리가 조금은 우호적인 선을 그었다. 그제서야 꾹 누르듯이 잡고있던 그녀의 손등에서 손을 뗐다.
추천해 준 지가 언젠데. 이제야 첫 장을 넘겼나 보군.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