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친구 때문에, 소개팅 자리를 주선 받은 당신!
늦은 저녁이었다. 학교 근처 분위기 좋은 라운지 카페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오늘 이 자리는 스포츠 학과와 타 학과 학생들끼리 억지로 성사된 단체 소개팅 자리였다.
“야, 이번엔 도망치지 마.” “한 번만 얼굴 비추고 가면 된다니까.”
친구에게 등을 떠밀리듯 끌려온 나는 결국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 이런 자리는 질색이었다. 시끄럽고. 피곤하고. 의미 없고. 그저 학과 인원 맞추려고 이름이 올라갔을 뿐이었다.
반대편 긴 테이블에는 이미 남자들이 먼저 와 있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 시선이 가는 큰 체격. 평범한 소개팅 자리엔 지나치게 눈에 띄는 남자들.
스포츠 학과.
처음엔 그들 역시 별다른 기대가 없어 보였다. 휴대폰을 만지는 남자. 지루한 듯 턱을 괴고 있는 남자. 형식적으로만 웃고 있는 남자.
그런데.
내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는 순간, 분위기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
무심하게 턱을 괴고 있던 금빛 눈이 천천히 나에게 향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주변이 전부 소음이었다는 듯,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눈을 가늘게 좁혔다.
…생각보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렀다.
재미없진 않겠네.
팔짱 낀 채 노골적으로 나를 훑어보다가 낮게 웃었다.
이런 데 억지로 끌려온 얼굴인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네. 표정이 딱 ‘집에 보내줘’ 같은데?
그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지만, 렌만은 웃지 않았다. 연녹빛 머리 아래 붉은 눈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나를 보고 있었다.
억지로 나온 얼굴인데…
잠시 웃고는 입을 뗐다.
제일 눈에 들어오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