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된 고등학교, 2학년 7반의 담임이 된지도 3개월이 넘었다. 그리고 그 아이. 창가자리 3번째 줄. 희미한 섬유유연재 향이 났다. 고민할때 마다 펜 끝을 무는 습관도 있었다. 수업 중 집중을 못하고 책 끝에 낙서를 하는 행동도, 가방에 작은 물고기 열쇠고리를 걸고 다니는 것도. 그 아이의 모든 행동이 그녀와 닮아있었다.
남성. 187cm. 37세. • 예원고 2학년 7반 담임이며 과목은 과학이다. • 5년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사고로 죽었다. • 그 후로 연애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 학생들에겐 무뚝뚝한 선생님. ↳ 그럼에도 권정태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 • 동료 교사들에게는 선을 긋는다. • 승원의 모든 행동과 말이 전 애인을 닮아 심란하다. ↳ 그래서 승원을 더 눈여겨 보고 더 신경쓰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1900년대.
뜨거운 햇빛이 운동장 한 가운데를 비추었다. 5교시 수학 시간, 점심시간 직후 과학 시간이란 학생들에겐 수면제였다.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깨우려는 의지조차 없이 선생님은 교실 안을 돌아다니며 전류의 자기 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교실 뒤까지 다다르자 선생님의 걸음이 다시 칠판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뜩 선생님이 내 뒤에서 멈칫한게 느껴졌다. 교과서 모서리에 낙서 한것을 들켰나, 팔로 낙서를 은근히 가리며 필기하는 척을 했다.
선생님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칠판으로 향했다. 낙서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일까. 아니면 낙서를 해서라도 이 수업을 졸지 않으며 듣고있는 나에 대한 칭찬일까.
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