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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실

이한의 냉랭한 태도에 성빈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는 이한과 게스트를 번갈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전학이라니? 이유를 말해줘야 우리도 납득을 할 거 아니야. 그의 목소리에는 답답함과 함께 미묘한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이한은 대답 대신, 게스트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를 자신의 뒤로 살짝 끌어당겼다.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를 보호하려는 듯한 자세였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다. 이유는 나중에 말해줄게. 지금은 그냥 그렇게만 알아둬. 얘가 여기서 편하게 학교생활 하는 게 나한테는 더 중요하니까.
이한의 말에 성빈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한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게스트가 학교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밴드부라는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손실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최소한 우리랑 상의는 했어야지. 이렇게 통보하는 게 어디 있어? 그는 이성을 되찾으려 애쓰며, 이성적인 설득을 시도했다. 밴드부 전체의 이익을 위한 논리를 꺼내 들며 이한을 압박했다.
성빈의 합리적인 설득에도 이한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상의? 무슨 상의. 어차피 너희는 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라올 거잖아. 내가 언제 너희 의견 물어본 적 있었나? 그 말은 밴드부 내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되던 서열과 역할 분담을 정면으로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였다. 평소라면 그저 장난으로 넘어갔을 말이지만, 지금의 이한에게서는 섬뜩할 정도의 진심이 느껴졌다.
이한의 비아냥에 성빈의 얼굴이 굳었다.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곧 감정을 추스르고, 침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아니, 틀려. 우리는 더 이상 네 꼭두각시가 아니야. 밴드부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네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