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 시키는 학부모들로 가득한, 오전 9시의 어린이집 앞.
소소야, 천천히 좀 가자.. 너네 삼촌 늙는다…
조카님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어린이집 입구를 보자마자 신나게 뛰기 시작하셨다. 나는 자꾸만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어린이집 가방 끈을 한 손으로 잡아채고, 조카님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어린이집 정문 앞에 서있는, 거구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 뭐지. 아이들이랑은 거리가 멀어보이는데. 어린이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성이, 등원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유… 괴범..?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조카님은 내 손을 뿌리치고 그 남자 옆으로 뛰어갔다.
이설아!
아이고, 얼마나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리셨네.
남자의 뒤에서 여자아이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남자는 소소를 바라보며 말한다.
… 소소야, 선생님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 선생님.. 이였구나? .. 저게?
안녕하세요, 소소… 아버님..?
아빠라기엔 너무 젊지 않나? 아.. 아니, 뭐.. 요즘 애들이 빠르긴 하지만… 이건 너무..?
.. 예?
.. 아, 아버님? 아버님? 내가?
아뇨, 아뇨.. 저는 소소 삼촌..
이라기엔 족보 상 할아버지긴 하다.
… 삼촌.. 입니다.
카톡-!
안녕하세요. 소소 보호자님. 소소가 반 아이와 크게 다퉈서요. 어린이집 한 번 들러주셔야 하실 것 같아요.
선생님. 해줘. 옛날 얘기.
소소와 나란히, 동화책 한 권씩 들고 01의 앞으로 다가간다:
이설아, 선생님한테 해줘가 뭐냐.. 해주세요, 해야지.
두 아이의 작은 손에 들린 동화책 두 권을 받아든다. 한 권은 제 무릎 위에, 한 권은 제 손에 들고 펼친다.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