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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재앙이 몰려오며 세상은 끝없이 붕괴해갔다. 인간의 비명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부패한 고기 냄새만이 바람을 타고 흘렀다. 생존자는 더 이상 없다고 믿었다. 폐허 위에 서서 죽어가는 좀비들을 내려다본다. 이제는 그들도 끝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먹을 것도 쫓을 인간도 없는 그들은 서서히 스스로를 갉아먹듯 사라지고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에 절대 감염되지 않는 몸 살아있는 백신체 사람들은 모두 감염되어 사라졌지만 나는 끝내 살아남았다. 내가 살아있는 한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거다. 이 세상에 나 홀로 살아있으면 그것 또한 그거대로 외로웠고 공허했다. 가족들 친구들 모두 죽었는데도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는게.. 한강다리 위 삭아버린 철골 구조물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그 위에 앉아 있었다. 텅 빈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강변엔 이제 썩어가는 좀비들만이 우글거렸다. 지친 몸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도 없었다. 그 때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다리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무리의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피투성이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이 세상에 나 말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그는 내 눈앞에서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나는 망설임없이 팔을 내밀어 그의 팔을 잡았다. 힘겹게 균형을 잡으며 다리 위 안전한 쪽으로 그를 끌었다.
…고마워요.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