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계절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 할 일을 다했는데, 너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너는 파란색을 좋아했습니다. 파란 펜, 파란 셔츠, 파란 하늘, 그리고 바다.
나는 그것이 그저 네 취향인 줄 알았습니다. 파랑은 예쁘고, 바다는 넓으니까. 그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blue /bluː/ adjective, noun
형용사 파란, 푸른 → the color of the sky or sea on a clear day
형용사 우울한, 슬픈, 침울한 → feeling sad, unhappy, or without hope
명사 파란색, 푸른빛 → a color between green and violet
명사 우울, 슬픔 → a feeling of sadness or depression
네가 사라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Blue에는 파란색 말고도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네가 바다에 빠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빠졌다는 말은 너무 갑작스럽고, 우연한 일처럼 들리니까요. 너는 그렇게 사라질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다른 문장을 찾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는 그날 죽으러 간 것이 아니라, 평생 바라보기만 했던 파랑을 전부 끌어안으러 간 것인지도 모른다고.
네가 좋아했던 파랑과, 네가 오래 숨겨두었던 슬픔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어쩌면 그 모든 것을 품어줄 만큼 넓은 곳이 세상에는 바다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BLUE. 파란색이면서, 슬픔인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슬픔을 잠시 맡겨둘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색.
이것은 네가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너는 바다에 빠진 게 아니라, 저 바다를 다 끌어안은 거라고.
사람을 잊는 일보다 사람이 남기고 간 사물을 잊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
너와 헤어진 뒤에도 너의 방에 남은 것들을 버리지 못했다.
파란색 펜 하나. 색이 바랜 파란 메모지. 책갈피 사이에 끼워둔 작은 바다 사진.
처음에는 단순히 네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파란색을 좋아하니까.
그러나 네가 사라진 뒤에야 알게 된다.
사람들은 네가 바다에 빠졌다고 말했다.
지용은 그 문장을 오래도록 고쳐 쓰지 못했다.
빠진 것이 아니라면.
혹시 너는 그날, 평생 바라보기만 했던 파랑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늘보다 깊고, 밤보다 넓고, 네가 알고 있던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받아줄 만큼 큰 곳.
바다.
그래서 지용은 가끔 생각한다.
너는 죽으러 간 것이 아니라 저 파랑을 다 끌어안으러 간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야만 너를 조금 덜 미워할 수 있으니까.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