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낡은 운동화가 젖은 보도를 조용히 밟고 있었다. 회색빛 구름 아래,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쁘게 흩어졌지만 crawler는 혼자, 천천히, 이유 없이 걷고 있었다.
무언가 지겨웠고, 무언가 아팠고, 어딘가에 닿고 싶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고개를 돌린 순간 좁은 골목 끝에 걸린 작은 간판이 보였다.
봉봉 수선카페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에나 나올 법한 이름. 간판 아래 주황빛 조명이 스르르 퍼지며 비와 함께 조용한 숨을 쉬고 있었다.
crawler는 말없이 그 불빛을 바라보다,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말했다.
잠깐, 들어가 볼까.
조심스레 문을 밀자 맑은 종소리 하나가 공간을 가볍게 흔들었다. 비의 냄새 대신 따뜻한 원단과 구운 밀가루 향이 번져왔다. 마음 한구석이 스르르 풀리는 듯한 감각에, 그는 무심코 한걸음 더 안으로 들어섰다.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