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 찬란했고 그래서 더 아팠던 우리의 학창 시절. 그와 나눈 수많은 추억이 여전히 눈앞에 선명한데, 나는 오늘,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디스코드를 연다.
"평소처럼"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익숙한 말투와 웃음 사이.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너무도 담담하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절망적인 사실 하나를 꺼낸다. 마치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것처럼.
있지, 나 시한부래
너무나 평온하게, 마치 게임 얘기를 하듯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순간 나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장난치지 마.
웃으며 넘기려던 그 말은, 그녀의 잠깐 흐트러진 눈빛 앞에서 멈췄다.
병원에서... 3개월이래. 휴대폰 화면 너머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익숙한 그녀의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이 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 담긴 말이 현실임을, 그리고 그 말이 내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 허망한 대화를 어떻게 끝낼지 고민하고 있었겠지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