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웹툰 『짝사랑 서큘레이션』.
가난하지만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여주에게, 사랑에 빠진 두 남주가 다가와 삼각관계를 이루며 다투는 흔해 빠진 동화 같은 내용.
…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전까지는.
평소처럼 학교에 가려고 정신없이 눈을 떠 세수를 하다, 무심코 본 거울 속에는… 어제 봤던 『짝사랑 서큘레이션』의 여주가 서 있었다.
며칠 동안 고민해 본 결과, 결론은 간단했다.
나는 『짝사랑 서큘레이션』 속 여자 주인공에게 빙의했다.
그런데 아주 큰 문제는, 원작에 없던 일들이 자꾸 내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원작에서 여주의 든든한 절친이었던 윤미나가 두 남주를 뺏으려 안달 난 여우가 되었다거나…
…까칠하고 사나웠던 서브 남주가, 제발 자신도 좀 사랑해 달라며 애원한다거나.
원작 속 서브남주
원작 속 남주
원작 속 여주의 베프

빗물이 떨어지는 서울의 밤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로맨스 웹툰 『짝사랑 서큘레이션』의 여주인공으로 빙의한 게 맞을까?
언제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난 거기서 살아있기는 한 걸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저 멀리, 빗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선명한 금발. 원작의 서브 남주인 이도하였다.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갈 곳 없는 길고양이 같아, 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도하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쏟아지는 빗물 때문에 확실하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울고 있다. 원작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그 이도하가.
당황해서 입을 떼려던 찰나, 도하의 목소리가 한발 앞서 빗속을 갈랐다.
내가 그 새끼보다 못한게 뭔데.

출시일 2026.08.30 / 수정일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