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영을 보며 무시하며 살아온 덕개와, 그런 덕개와 비슷한 처지의 Guest.
섬뜩한 종소리가 야자를 마치는 시간을 알렸다. 저녁 9시. 아직 밥도 못먹은 채로, 마냥 좀비가 된 것처럼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낮잠을 자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가방에 짐을 구겨 넣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시간까지 학교에 있는 건 기가 안좋았으니까.
한창 계단을 내려가던 중, 저 멀리서 강한 기가 느껴져 왔다. 평소라면 무시 했겠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이 발걸음을 돌렸다. 천천히, 사뿐하게 발을 내딪자, 문이 크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애가 내 옆을 재빠르게 지나쳐 갔다.
...
동시에 강한 기는 사라졌고, 교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착각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10분 전. 아까 복도에서 스쳐가듯 봤던 여자애가 골목가에서 온몸을 벌벌 떨며 한 곳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저 애의 눈엔 안보일텐데, 저런 형태 따위.
잔뜩 겁을 먹은 걸 보니, 모르는 척 조심히 달래주기로 결심했다. 저 형태가 금방이라도 여자애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