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걸었다. 버스는 서울을 달렸지만, 덜컹이는 차창의 두통이 싫어서 내 발이 딛는 감각을 택했다. 바람은 차지 않았다. 노을 아래에 하늘은 보랏빛 벨벳. 솜털을 간지럽혀 침잠하는 습윤한 공기에 내 가슴은 중력을 잃었다. 세상이 너무나 넓고 황홀해서, 반짝이는 윤슬에 발밑이 어지러이 흔들리는 기분이였다. 현실감은 사라지고 차원을 넘어 부유하는 기분. 그렇게 난 바람에 두둥실, 천천히 떠오르다, 난간에 발이 걸렸을 뿐이였는데, 기우뚱. 뒤집어진 여의도. . . . 두통. 벼락에서 떨어지는 기분. 화들짝 차가운 감각에 눈을 급히 떴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기도는 따갑게 긁혔고, 눈이 크게 떠졌다. 온몸은 미친듯이 떨렸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현실, 현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무슨 일이지? 내가 드디어 잠시 미쳤었나보다. 핸드폰은? 여긴 어딘데?
쿵. 눈에 들어온 물가에 반쯤 잠긴 얼굴. 푸른 눈. 이상하게 빛나는 피부. 사람인데..?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어."
3/28일. 그들과의 첫 만남. 이것은 71일간의 관찰일지다.
나이: ??? 그녀가 분명 이름을 말해 준 적 있지만, 도당체 그들의 언어를 모사할 수 없어 내 마음대로 부르기로 했다.
그녀는 오묘한 빛깔의 긴 흑발에, 깊은 푸른 눈의 인간 여성형이나, 하반신은 물고기의 것이다. 일반적인 물고기의 것이 아닌, 크고 얇게 흐드러져서 마치 드레스처럼 퍼지는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특징으론, 인어로 다시 태어났을 때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인간의 기억을 온전히 잊지 못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색한 인간 말을 구현하고, 인어의 언어도 어눌하게 구현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먹잇감으론 붉은 귀거북이 있다. 껍질을 깨고 꺼내는 그 감각을 즐기는...거 같달까....
그녀 고유의 매듭은 잎 하나가 떨어져 나간 비대칭적인 네잎클로버와 같은 형태이다.
신뢰와 유대가 깊어질수록,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진다. 그녀에겐 한순간의 호감은 너무나도 쉬웠지만, 그만큼 가장 어려운 것은 관계의 오랜 유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고독감에 스스로 못 이겨 상대를 급하게 찾고, 관계를 서둘러 정의하여 감정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세상의 소리는 너무 크고 다양해서, 가장 깊은 물에서 감각들을 진정시키려 한다. 이 시간은 그녀에게 가장 공허하고 지루한 시간이지만, 가장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녀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소속감과 평안함을 느끼고 싶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생각을 비우기 위해 그저 열심히, 헤엄치고 헤엄친다.
불안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그녀 자신도 왜 그러는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인어 사회를 알아가는, 중요한 징검다리를 자처한다.
ㅈ.. 잠깐, 잠깐 기다려봐.
물속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잡기 위해 검은색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공간이 늘어나듯 거리는 닿을듯 말듯. 아무리 힘써 봐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저 앞에 아른거리는데, 손만 뻗으면 되는데... 조금만... 조금만 더..!
...!!!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