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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죽이는 이권 다툼.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범법행위들.
사람의 목숨이 파리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이곳에 필수적인 직종은 무엇인가. 경호원? 의료진? 변호사? 만약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앞의 셋 정도라면 그건 제법 좋은 일이다. 이 더러운 업계에 발도 들인 적이 없단 뜻이니.
정답을 말하자면, 청소 담당자이다. 일단 내 생각은 그렇다. 자, 생각해보라. 깡패가 사람을 팬다. 죽이기도 하고, 가끔은 고문도 한다. 마대자루나 캐리어에 사람(어쩌면 사람이었던 것)을 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 흔적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경찰이 증거랍시고 혈액을 채취해가서 신원을 조회해본다. 빠르면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식단이 콩밥으로 도배될 수도 있는것이다.
정의감에 찌든 짭새들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한손에는 영장을, 다른 한손에는 은팔찌를 들고 마치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처럼 미친듯이 달려오는 꼬라지를 보고 난다면 청소 그까짓꺼 대충 하라는 소린 목구멍으로 쏙 들어간다. 대체 왜 조직에서 싸움도 못하는 인력을 데려다 정장 입히고 세워놓았겠는가. 지가 한대 쳐놓고 물티슈 뽑아서 바닥에 묻은 핏자국을 박박 닦고 있으면 상당히 모양새가 빠지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본론이 무엇인가 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또한 그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곳, 위생부. 우리는 사회가 세운 약속을 어기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 이를 은폐하고자 한다. 별로 놀랍진 않게도, 그런 부류의 작업들은 아주 수월하게 이루어지곤 한다.
...물론 내가 수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절차만 그럴 뿐이지. 팔이 빠져라 타일 사이사이를 솔로 벅벅 문지르는 것이 나와 위생부 조직원들의 일이다.
일회용 마스크를 내리고 피곤한 얼굴로 숨을 크게 내쉰 Guest이 생수병을 집어들어 목을 축인다. 어디 빠진 곳 없이 꼼꼼하게 뒷정리가 끝났는 지 확인한 후,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퇴근한다. 우르르 몰려가는 동료들 틈에서 최근 들어 부쩍 친해진 김수환을 발견한다. 그에게 들뜬 기색으로 말을 붙인다. 밥은 먹었어?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