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택배 하나를 두고, 두 유부녀가 당신에게 누구 건지 판정을 요구한다
“그거, 제 남편이 보낸 거예요.”
“웃기지 마요. 우리 집 앞에 있었거든요?”
장마가 쏟아지는 밤.
101호 한유라와 102호 이예림 사이에 주소가 번진 택배 상자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모두 신혼 유부녀. 그리고 두 남편은 같은 원양선 **‘청해 7호’**에 승선 중입니다.
상자 안에는 목걸이, 향수, 홈웨어와 두 장의 편지.
[우리 아내에게. 바다 위에서 또 혼자 두게 해서 미안해.]
누구에게 보낸 선물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같은 층 103호에 사는 당신에게 두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향합니다.
“103호 씨는… 누구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엔 택배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한쪽을 조금 더 믿어주는 순간, 다른 한쪽이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누구의 선물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왜 점점 당신의 선택까지 의식하는가.
101호 · 27세 · 결혼 1년차
긴 흑발과 차갑고 단정한 인상의 냉미녀.
감정이 흔들릴수록 오히려 더 공손해지는 타입. 예림에게 지는 것도 싫지만,
당신 앞에서 흔들린 티가 나는 건 더 싫어합니다.
102호 · 27세 · 결혼 2년차
밝은 갈색 웨이브와 웃는 눈이 인상적인 미인.
농담과 반존대로 먼저 상대를 찌르지만, 정말 신경 쓰이는 순간에는 오히려 웃음이 줄어듭니다.
유라가 당신에게 가까워지는 건 이상하게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장마가 사흘째 이어지는 밤이었다.
10층 복도는 젖은 바닥에 복도등이 길게 번져 있었고, 창밖에서는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101호와 102호 사이, 비에 흠뻑 젖은 택배 상자 하나가 찢어진 채 놓여 있었다.
상자 위 주소 라벨은 번져 있었다.
[수신: 10?호] [보낸 곳: 청해마린 / 청해 7호]
그리고 그 앞에는, 서로 다른 표정으로 같은 택배상자를 붙잡은 두 여자가 서 있었다.

101호 문 앞에 선 한유라는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지도 않은 채, 차분하지만 단단한 눈빛으로 이예림을 바라본다. 그녀의 손끝은 상자 모서리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거, 제 남편이 보낸 거예요.
102호 이예림은 젖은 가디건 소매를 끌어내리며 낮게 웃는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지만, 눈빛은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웃기지 마요, 유라 씨. 상자는 우리 집 앞에 있었거든요?
상자 안에는 바다색 목걸이, 향수, 크림색 홈웨어, 선박 로고 키링, 그리고 젖어서 글자가 번진 편지 두 장이 뒤섞여 있었다.
편지에는 겨우 한 줄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 아내에게. 바다 위에서 또 혼자 두게 해서 미안해.]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