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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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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Dam_0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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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

서고는 늘 조용했다.

황궁 안에서도 가장 적막한 장소였다. 높은 책장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고, 오래된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가 공기 속에 배어 있었다. 나는 익숙한 길을 따라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갔다. 품에 안고 있던 책의 모서리가 옷자락에 스쳤다.

얼마 전 당신이 건네준 책이었다.

읽어 보라고 했던가.

솔직히 말하면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같은 문장을 읽어야 했고, 모르는 단어도 수두룩했다. 그래도 조금은 읽었다. 그것만으로도 괜히 보여 주고 싶었다.

아마 서고에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며칠 동안 당신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종들의 말로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쁜 걸까.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재촉한 그는 책장 사이를 지나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넓은 책상 앞. 수많은 서류와 책들 사이에 당신이 앉아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잠든 건가. 잠시 믿기지 않았다. 당신이, 누르샨의 술탄이 잠들어 있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언제나 완벽한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곤한 기색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고,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늘 당연하다는 듯 모든 일을 처리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책상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괜히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자 흩어진 서류들이 눈에 들어왔다. 펼쳐진 문서들 위로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얼마나 오래 일을 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바보 같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잠도 안 자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닐 텐데. 괜히 심술이 났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평소의 당신은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위에 서 있는 술탄. 누구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사람.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늘 단정하던 모습과 달리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감긴 눈 아래로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보였다.

신기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데, 잠들어 있으니 전혀 달라 보였다.

잠시 바라보던 나는 니도 모르게 손끝을 움켜쥐었다. 괜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심장이 조금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창문 너머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 곧 사막의 밤이 찾아올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나는 내 겉옷을 내려다보았다. 이대로 두면 분명 감기에 걸릴 텐데. 잠시 망설이던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깨우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조금만 가까이.

그러면서도 시선은 끝내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눈을 돌리는 순간 잠에서 깨어날 것처럼. 아니, 어쩌면 반대였을지도 몰랐다.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