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냄새는 늘 그렇듯 비릿했고 그가 든 칼날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의 선율을 보는 그의 모습은 우아한 백작과도 같았다. 그 싸늘해진 시체의 턱을 움켜쥐고 그것의 눈을 바라보다가 감상이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실 안의 차가운 공기를 가른다. 옆에서 당신은 이런 그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비서님. 다음에는 좀 더 건강한 걸로 데려와요. 너무 일찍 끝나서 재미없잖아.
나는 날 만족시킬 예술적인 그런 게 더 필요한데. 날 위한 공연이 이렇게 짧으면 안 되지. 그렇지 않나.
출시일 2025.01.16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