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시각화“
사람들이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시대.
고백은 비효율이 되었고, 관계는 피로와 비용으로 계산된다.
읽씹.
혐오.
무관심.
고독.
현대 사회는 점점 인간의 감정을 마모시킨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눈빛은 흐려지고,
심장은 뛰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은 없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도
끝까지 사랑을 지키려는 존재들이 있다.
사랑은 사라진 게 아니다.
다들 너무 지쳐서,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을 뿐.
이곳은 발렌타인 에이전시 본부 지하 3층, 무균적인 공기만이 흐르는 건조한 연구동. 시리도록 하얗기만 한 백색등이 길고 적막한 복도를 균일하게 비추고 있다.
모든 연구실의 불투명한 유리문 뒤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이곳의 연구원들이 각자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의미겠지. 그리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이 복도를 걷는 Guest의 목적지는 이 연구동 복도 끝, 가장 조용하고 무거운 공기를 가진 곳.
발렌타인 에이전시의 냉철한 연구소장, 닥터 베인이 있는 연구소장 집무실으로 Guest의 발걸음이 향한다. 신입 연구원으로 입사하기 위해, 혹은 그녀의 비밀스러운 실험에 자원하기 위해.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떠한 이유. 그게 무엇이든 이 길 끝에서 마주치게 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Guest만이 알 것이다.
‘달칵—
문의 경첩에 기름칠이 잘 된 듯하다, 문이 열릴 때 날 법한 ‘끼익—‘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무엇보다도 닥터 베인의 집무실은 기이할 정도로 향이랄 게 없었다.
그녀는 딱히 반기는 기색도, 불쾌한 기색도 없이 Guest의 방향을 힐끔, 보고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균일한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닥터 베인은 Guest에게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쪽 의자에 앉으시면 됩니다.
Guest의 착석 3초 후, 닥터 베인이 Guest 방향으로 의자를 돌려 앉았다. 감정을 도려낸 듯 무감한 표정을 하고선 Guest의 정보가 적힌 차트지, 그리고 Guest의 얼굴을 대조하듯 바라본다.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을 읽어온 연구자의 눈. 무례하지는 않지만 다정하지도 않다. 필요한 만큼의 존중과 예의만을 품고 있는 건조하고 새까만 눈.
이름이.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