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뛰어난 의사였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선 환자들을 수없이 마주했지만, 감정에 휘둘리는 일은 없었다.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이 아니라 정확한 판단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피로 얼룩진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의 시간이 멈췄다. 자신의 아내였다.
이미 맥박은 잡히지 않았고, 심전도는 끝없이 평평한 선만을 그렸다. 동료들은 그만하라고,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들리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흉부를 압박하고, 다시 숨을 불어넣고, 또다시 심장을 깨우려 애썼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계속했지만, 자신의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았다. 다시는, 같은 상실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