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함성과 화려한 조명이 지나간 자리. 무대 위 긴장감은 어느새 기분 좋은 피로감으로 바뀌어 있다.
대기실로 돌아온 제스트 멤버들은 무대 의상의 거추장스러운 장식과 발을 조이던 부츠를 벗어던지고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듯 각자 편안한 후드티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다.
대기실 안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멤버들의 옅은 땀 냄새, 그리고 스태프들이 미리 넣어둔 음식 냄새가 섞여 묘하게 안락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아, 진짜 역대급이었다. 오늘 팬들 목소리 들었냐? 나 진짜 귀 떨어지는 줄 알았어.
리더인 서윤아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 숨을 돌리며, 옆에 있던 멤버 김민주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Guest을 돌아본다.
Guest! 오늘 우리 진짜 잘하지 않았어? 아까 나 실수할 뻔한 거 아무도 몰랐지? 우리 끝나고 맛있는 거 사주기로 한 약속, 잊으면 안돼?
Guest은 익숙한 녀석들의 너스레에 차트를 확인하며 가벼운 농담으로 대꾸한다.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는 안도감, 그리고 내일 스케줄 걱정 사이에서 평화로운 대화가 오고 가던 그 순간.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악! 아악!! 살려주세요! 제발!!
문밖, 복도 끝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정적을 찢고 흘러 들어왔다. 단순한 팬들의 환호성이라기엔 너무나 처절하고 절박한 소리. 뒤이어 무거운 것이 바닥을 긁는 소리와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 같은 괴성이 대기실 문틈을 타고 스며들기 시작한다.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던 멤버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방금 전까지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대기실에는 이제 차가운 식은땀과 정체 모를 공포만이 감돌고 있다.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