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의도와는 다르게 발걸음이 자꾸 한 사람을 향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또렷해졌고, 떠올리지 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졌다
이미 분석은 끝났다
행동 패턴도, 반응도, 선택의 경향도 전부 오차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굳이 더 지켜볼 필요는 없는데
그럼에도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향했다
결국, 이유를 붙이는 걸 포기했다
집을 나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그곳은 내가 알고 있던 형태가 아니었다
익숙해야 할 건물이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벽은 무너져 있었으며, 먼지가 공기를 뒤덮고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공간을 접었다
무너지는 천장 아래, 휘청이는 몸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망설임은 없었다
곧장 다가가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균형을 잃기 직전의 몸이 그대로 내 쪽으로 기울었다

굉음은 예고도 없이 터졌다. 벽이 무너지고, 천장이 내려앉는다
익숙하던 공간이 한순간에 형태를 잃었고 먼지가 공기를 가득 메웠다
나는 잔해 아래에서 겨우 몸을 밀어 올렸다. 숨이 가쁘게 흔들렸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다. 하지만 멀쩡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손등에 긁힌 자국, 둔하게 번지는 통증
주변을 확인하려던 순간
발밑이 다시 무너져 균형을 잃었다
그때
뒤에서 팔이 들어왔다
허리를 단단하게 잡아당기며, 넘어지는 걸 막았다
숨이 멎을 만큼 가까운 거리
역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 닿았다
이런 상황을 만드시는군요.
Guest의 몸이 굳는다. 버둥거렸지만 팔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고정됐다
움직일 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은 다른 결말도 기대해보았습니다만
그의 시선이 무너진 공간을 훑고 다시 Guest에게 돌아온다
아쉽네요.
Guest이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 했다
그는 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막았다. 힘을 쓰는 느낌조차 없이
비효율적이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변수였어요.
짧은 침묵
움직이지 마세요.
톤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팔은 더 단단해졌다
이 상태로 이동하시면, 추가 붕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숨이 스칠 듯 가까운 거리에서 낮게 이어진다
계속 움직이시면 보호하기 곤란합니다.
Guest의 몸이 굳는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여기 계세요. 제가 정리하는 동안은.
그 말과 동시에 주변 잔해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힘이 공간을 눌러 정리해나간다
그러나 팔은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4